아비뇽의 한국축제가 한국 전통예술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라면 최근 뉴욕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우리 문화상품의 세계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인 쾌거로 주목된다. ‘뉴욕 타임스’가 “마지막 합창장면은 어떤 국적의 관객이건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평한 ‘명성황후’는 지난해의 뉴욕 진출 경험을 살려 완성도를 높인 것이 호평의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호평에 힘입은듯 예매가 폭증해 입장 수입 2백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는 보도는 지식 및 문화상품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화 뮤지컬 게임소프트와 같은 지식 문화상품에는 수입 원자재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가득률이 100%에 가깝다. 미국이 지난해 국내 외화시장의 65%에 해당하는 4천4백여만달러 어치의 영화를 수출하고도 스크린 쿼터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가득률 높은 문화상품이야말로 최고의 수출품목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화상품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것이 세계적 추세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 지적한 것처럼 문화는 이미 한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돼버렸다.
상당수의 미국 영화가 보여주는 ‘팍스 아메리카나’정신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관람객들에게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문화상품이야말로 국가이미지를 파는 상품이다. 미국 공연에 이어 내년초 ‘명성황후’의 일본 공연이 이뤄지면 아직까지 일본 뮤지컬의 뉴욕 성공 사례가 없는데다 이 뮤지컬이 민비시해의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어 일본사회에 던져줄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무역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제조업에 의한 수출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적 현실에서 ‘명성황후’가 우리 지식 및 문화상품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의미는 값지다. ‘명성황후’의 뒤를 이어 우리의 정서와 미학을 담은 다양한 문화상품들이 많이 개발돼 자원 빈약한 21세기 한국의 활로를 열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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