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지와 구조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개인적 대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국민이 이재민돕기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그것도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국가차원에서 재해예방과 응급대책 복구 등을 총괄 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기위해 ‘자연재해대책법’이란 법률과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당하면서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재해대책본부는 인명과 재산피해를 집계하는 기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데 불과하다.
119구조대를 비롯, 경찰과 군장병 행정공무원 등이 총동원되다시피 하고 자원봉사대도 구호활동에 나섰으나 이를 통합 지휘하는 기구는 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허점을 드러냈다. 어떤 곳은 넘쳐서 탈이고 어떤 곳은 모자라서 문제였다. 각 기관의 ‘각개 약진’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허점은 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의 뼈아픈 교훈이었는데도 그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재해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 사이의 유기적인 공조체제도 문제였다. 경계지역 주민들이 지자체간의 책임회피로 고통을 겪는가 하면, 어느 시의 경우 관할지역 내에 있는 둑이 터졌는데도 몇시간 뒤 주택가가 침수된 후에야 알았다는 보도다. 많은 인력을 동원하면 뭘 하는가. 효과적으로 조정통제하는 중심이 없다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재해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지휘체계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재난이 나면 응급처치에만 매달려 허둥지둥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은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현재의 재난구조체계를 정밀 재검토하고 허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평상시의 재난대비교육과 훈련 강화도 검토해볼 만하다. 매년 ‘방재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관련공무원과 민방위대원 학생을 대상으로 2, 3차례 훈련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난구조체계를 총체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체계적인 예방과 구조로 재난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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