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여건이 크게 어려워진 만큼 예산편성과 집행도 그에 맞추어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내년도 예산이 일반회계와 재정융자특별회계를 합쳐 올해보다 7∼8% 늘어난 86조원 규모로 짜여진다지만 금융구조조정 비용, 국채발행 이자 등의 추가 세출소요액을 빼면 사실상 올 수준으로 동결된다. 그러나 새로운 세출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직자 저소득층 보호, 수출 및 중소기업지원 등에 들어갈 돈부터가 만만치 않다.
실정이 이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예산편성과정에서 성역시되어온 농림 교육 방위 과학기술 부문 등 우선배정 영역을 없애고 철저하게 투자우선순위에 따른 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재정여건이 아니더라도 예산편성 방침과 관행의 재검토는 필요하다. 이른바 예산성역인 농림 교육 방위 과학기술 분야에 일정한 비율의 예산을 우선배정하다보니 재원배분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세출예산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성역예산의 비중이 전체 재정규모의 58%수준인데다 정치적 논리까지 끼여들어 재정운용의 왜곡을 부른 것도 사실이다.
큰 틀에서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은 옳다. 또 예산성역을 없애겠다는 것도 예산집행의 비효율을 정상화하겠다는 정책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실적인 접근은 보다 합리적이어야 한다. 농림 교육 방위 과학기술 부문은 재정의 역할이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또 이들 부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예산지원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 측면도 있다. 방위비만 해도 그렇다. 70%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유지비이고 나머지는 전력증강사업비다. 일률적인 삭감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상경비 삭감을 위해 공무원 봉급을 일정 근무기간 이후 동결하는 ‘피크임금제’도입도 신중해야 한다. 얼마만큼의 예산절감이 이루어질지 모르나 소기의 성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내년도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통화인플레와 직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재정적자 확대의 고착화도 경계해야 한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국가위험도가 높아지고 이자부담이 늘어 다시 재정적자를 확대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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