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금강산 관광 영리사업?

  • 입력 1998년 8월 12일 19시 37분


올 가을 금강산 구경을 갈 생각으로 마음 설레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망향의 세월을 살아온 실향민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현대그룹 실무진이 협상차 세번째 방북길에 올랐고 빠르면 이달 말부터 관광객 모집에 들어갈 것이란 보도도 있다. 현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첫 출항일도 이제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대두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경비 문제다. 현대측은 아직 여행경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4박5일에 1인당 1천달러 정도가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1인당 한화로 1백30만원이 넘는 돈이다. 4인가족일 경우 단체여행비만 해도 5백만원이 넘는다. 부유층이라면 몰라도 서민들에게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크루즈여행상품이 매우 많고 경비도 크게 비싸지 않다. 바다가 보이는 창이 있는 방인지의 여부, 방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다르나 대개 1인당 하루 1백달러라고 보면 틀림없다. 시즌이 아니거나 단체일 경우는 더 싸진다. 이에 비한다면 4박5일에 1천달러라는 금강산 관광경비는 너무 비싸다. 더구나 항해거리가 짧은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북한측에 주는 입장료와 정박료가 포함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싼 값은 아니다. 북한측도 너무 과하게 돈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정박료나 입장료는 국제적 기준이 있다. 그런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춰야 ‘돈만 밝힌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현대측도 길게 보고 장사할 생각을 해야 한다. 혹 경쟁자 없는 독점사업이라고 해서 단기간에 본전을 뽑겠다는 식의 발상이라면 곤란하다. 금강산 관광이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김차웅<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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