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2002년까지 지방공무원 30%를 감축하라는 행정자치부의 지침이 내려가자 각 광역자치단체들이 소방공무원도 일반행정직과 비슷한 비율로 일률적인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행정 경직성과 편의주의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현재 전국의 16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은 7만4천명이며 이 가운데 소방직은 2만3천여명이다. 비율로는 31.5%에 이른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지방소방공무원은 지방공무원에 포함시킬 수 없는 특수직 공무원이다. 법률상 임용권자가 시도지사로 되어 있을 뿐 신분보장은 지방공무원법이 아니라 소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자체가 멋대로 인원을 감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방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지방소방공무원이 모두 광역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되어 있어 언뜻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업무는 시 군 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재해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진화 작업에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재난의 구조 구난 구급활동도 맡고 있다. 원칙적으로 119구조대는 소방서마다 두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인력부족으로 구조대가 없는 소방서도 있다. 대원 역시 태부족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4∼6명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
아무리 구조조정이 절체절명의 과제라 해도 모든 직종의 공무원이 다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교육직과 경찰직이 구조조정대상에서 예외인 것처럼 소방공무원도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모든 것이 위로부터의 지시가 있어야 일이 되고 지침 한마디면 무조건 따르고 보는 권위주의와 행정의 경직성이 문제다.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감축 지침도 그렇지만 그것을 무작정 따르려니 직무분석 등의 치밀한 접근없이 힘없는 조직부터 잘라내 중앙정부 지침에만 맞추려는 행정편의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이같은 고질적 병폐는 지방행정조직 개편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정부 부처마다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것 저것 지시하면서 한건주의에 매달리다 보니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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