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노트]정성희/女權과 클린턴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섹스 스캔들과 관련, 17일 연방대배심에서 비디오증언을 하게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집권후 최대의 궁지에 몰려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클린턴대통령이 백악관 전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믿으면서도 그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도자의 자질로 ‘정직과 도덕성’을 제일로 꼽는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경제만 좋으면 지도자의 부도덕한 면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인가.

여러가지 해석 가운데 클린턴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지나치게 강력한 미국의 성희롱 관련법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이라는 주장이 눈길을 잡아당겼다.

미국의 성희롱 관련법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여직원에게 추근대는 직장상사나 동료는 여지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 사무실이나 공장에 내건 표어나 그림이 여성에게 조금만 불쾌감을 주어도 소송을 당하기 일쑤다.

남자직원이 책상에 붙여놓은 아내의 비키니 차림 사진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여성도 있다.

성희롱을 방치 또는 묵인한 회사의 경영진에까지 엄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 미국공장은 최근 성희롱 소송 사상 최고액인 3천4백만달러를 여직원들에게 지불해야 했다.

이처럼 강력해진 여권(女權)때문에 가정과 직장에서 위축된 미국 남성들이 끊임없는 섹스 스캔들 속에서도 아내의 지지와 함께 호황경제를 이끌며 꿋꿋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남성들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성들이 위축감을 느낄 정도로 철저히 보호받고 있는 미국 여성들이 부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정성희<국제부>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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