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졸리면 차를 안전 지역에 세우고 한잠 자면 된다는 것이 흔한 생각이다. 물론 전날밤 잠이 모자랐다면 잠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졸림증 중에는 수면장애로 인한 병적인 졸림증도 있다.
정상인에게 나타나는 졸림 현상은 일시적이고 대개 참을 수 있다. 반면 병적으로 졸리는 경우는 자신도 모르게 졸아버리므로 매우 위험하다.
병적인 졸림증을 일으키는 수면장애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면병(수면발작증)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잠에 빠져버리는 병으로 심각한 수면장애다.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
둘째로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 잠자는 도중에 심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숨을 멈추는 일을 되풀이하는 병으로 심하면 하루 밤에 수백 번씩 호흡을 중지한다. 깊은 잠을 못 자고 몸속의 산소값이 떨어지는 병이다.
셋째 수면 중에 팔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여 깊은 잠이 줄어드는 병이 있다. 수면제, 진정제, 감기약 등을 복용하다가 운전 중에 조는 경우도 흔하다.
낮에 지나치게 졸리는 일이 되풀이 될 때는 단순히 잠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수면장애가 있을 가능성을 찾아봐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수면장애가 더 흔하게 나타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졸음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들의 수면장애를 조기진단하자는 국가적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도언(서울의대교수·수면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