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LG와 8위 해태 사이의 게임차는 불과 5.5경기에 불과해 연승과 연패가 이어질 경우 3위팀과 8위팀이 자리를 바꿀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다.
실제로 17일 경기에서 꼴찌 롯데가 4위 한화에 연속경기를 모두 이기자 한화는 5위로 떨어지고 롯데는 7위로 올라섰다.
OB가 이날 삼성전에서 졌으면 롯데는 0B마저 밀어내고 6위로 치솟을 수도 있었다.
이같은 살얼음판에서 더구나 LG,한화,쌍방울,롯데,해태 등 6개구단은 너나없이 전력에 구멍이 많아 언제든지 연패의 늪에 빠질 수 있어 매경기마다 피를 말린다.
따라서 정규리그 3,4위는 팀의 전력보다는 뚫린 전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땜질」해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LG는 임선동의 부진에 최향남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노장 김용수가 홀로 마운드를 지키는데다 심재학 등이 타격에서 제몫을 못하고 있어 불안한 나날이다.
메이저리그출신 슬러거 주니어 펠릭스를 긴급 수혈, 타격을 보완했다고는 하나 선발투수진이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데다 결정적인 한방을 쳐줄 타자가 마땅치 않아 3위 자리를 즐길 수 없는 처지. 한화 역시 이상목만 근근히 버티는 마운드가 불안하다.
정민철이 부상에서 재기했으나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닌데다 송진우 역시 검증이 안됐다.
중심 타선을 맡고 있는 장종훈과 부시의 오랜 침묵도 고민거리. 「벌떼 투수진」으로 버티고 있는 쌍방울은 비로 연기된 경기가 연속경기로 치러지면서 투수진의 고갈이 걱정이다.
IMF팀이라는 별명이 근성있는 투지를 대변하는 것도 한 때. 간판 투수인 조규제마저 팔아버리는 상황으로 팀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남은 일정을 낙관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다 하위로 밀려난 OB는 에이스 김상진의 공백에다 믿을만한 타자조차 없어 자신감을 잃고 있다.
타이론 우즈가 그런대로 타선을 이끌고 있지만 심정수,김상호,김동주 등 중심타자들이 솜방망이로 전락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도 「투수 따로,타격 따로」인 전력의 불균형으로 항상 연패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형광 이외에는 승리를 보장할 선발투수가 없고 박정태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타선 역시 예측불허다.
해태는 이대진이 이외로 승수쌓기에 거듭 실패하는 등 팀 특유의 승부근성이 사라져 「카리스마」를 상실했다.
초반에 대량 실점하는 선발진과 좀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타선 탓에 임창용이라는 걸출한 마무리투수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상 초유의 3∼8위 팀간의 혼전은 이처럼 팀마다 안고 있는 전력의 부조화가 원인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로 어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도하다.
현재 7,8위로 물러앉은 하위권 팀들도 얼마든지 3,4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고 3,4위팀들도 한순간에 7,8위로 내려 앉을 수 있는 원인이 되고 있는 중,하위권 팀들의 「널뛰기식」 전력은 막판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