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이 깔리는 석양녘, 숨은 듯 숨지는 않은 듯, 낮게 낮게 몸을 엎드리는 포도밭(智). 삶이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주는 속리산(慈).그리고, 쓰러진 아카시아 나무, 그 나무를 십년째 몸으로 받아내는 떡깔나무, 두 나무가 기대어선 곡선,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깔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내는 숲의 향기(仁). 아, 사람도 사람을 저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는가….(오세영·나희덕)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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