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클린턴의 「자승자박」

  • 입력 1998년 8월 18일 19시 41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끝까지 정직하지 못했다.

17일 밤 10시(미 동부시간) 생중계된 TV연설에서 그는 백악관 전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했다. 그동안 부인 힐러리여사를 포함, 국민을 오도해온 데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증혐의를 받고 있는 1월17일 폴라 존스 사건에 대한 증언에서 자신의 답변이 법률적으로 정확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그는 백악관에서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었던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7개월 후에는 갑자기 기억이 되살아난듯 진술을 번복했다. 7개월 전의 답변은 거짓말에 가깝다. 더구나 그는 당시 “르윈스키와 혼외정사를 맺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물론 그에게 ‘부적절한 관계’와 ‘혼외정사’가 다른 개념일 수 있지만 1월26일 공영방송과의 회견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조차 없다”고 말한 바 있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날 TV 연설은 사과보다는 자신의 사생활을 ‘염탐’하는 특별검사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자신, 그리고 자신의 가족 사이의 사적인 문제라는 논리를 내세웠다.하지만 이것 역시 사건 직후 “국민에게는 (이 사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 자신의 종전 발언과 모순됐다. 그러면서 이제 이 문제를 과거지사로 돌리자고 호소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한 한 위증혐의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현란한 말솜씨로 위기를 모면해오던 클린턴은 진실과 정직을 외면해오다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체통을 잃은 셈이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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