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28세의 나이에 증권 선물(先物)시장에서의 불법 비밀거래로 14억달러(약1조8천억원)에 이르는 주식손실을 끼쳐 1백년 전통의 영국의 베어링그룹을 파산시킨 닉 리슨. 95년말 징역 6년반을 선고받고 싱가포르 창이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있는 그가 암과 투병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리슨의 변호사 스테픈 폴라드는 5일 영국 런던에서 “리슨은 결장암으로 현재 형무소 의료동에서 복역중이며 조만간 수술받게 된다”고 말했다.
베어링증권 싱가포르 지점에서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동아시아 선물시장의 스타로 떠오르던 리슨의 날개가 꺾인 것은 투자손실을 만회하려는 무모한 투자와 이를 은폐하기 위한 불법행위.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일본 오사카(大阪)주식시장에 ‘풀베팅’한 그는 때마침 터져나온 고베(神戶)대지진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백기를 든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리슨이 유죄가 확정되던 95년말 일본의 주가는 1년도 채 안돼 25%나 상승해 “그냥 뒀으면 리슨은 영웅”이란 동정표를 모으기도 했다.
실형선고 이후에도 리슨에겐 불운이 계속됐다.
도피행각중 독일에서 인터폴에 체포될 당시 외롭게 리슨의 곁을 지켰던 아내 리사도 드디어 이혼을 요구해 온 것. 리슨은 아내가 조만간 런던에서 활동중인 금융인과 재혼한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들었다.현재 리슨의 유일한 낙은 올 연말경 개봉될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감상하는 것. 자신이 집필한 수기 ‘불한당 거래인(Rogue Trader)’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영국식 영어를 살리기 위해 스코틀랜드 출신 이완 맥그리거가 캐스팅됐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구독
구독 96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