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숨막히는 속도감-화끈한 액션 「TAXI」

  • 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54분


프랑스 영화의 할리우드 따라잡기, 어디까지 갈까.

장 자크 아노, 장 피에르 쥬네 등 영화감독들이 할리우드 자본과 잇따라 손을 잡는가 하면 지난주 개봉한 ‘도베르만’처럼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벤치마킹한 듯한 속도 빠른 프랑스 영화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할리우드식 SF영화 ‘제5원소’로 지난해 전세계에서 2억5천만달러를 번 ‘유럽의 스필버그’ 뤽 베송. 그가 제작자로 변신한 뒤 처음 내놓은 ‘택시’(감독 제라르 피레)도 그 중의 하나다.

29일 국내 첫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4월 프랑스 개봉 당시 ‘타이타닉’이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 박스 오피스 1위자리를 빼앗아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다. 세계를 제패한 ‘타이타닉’을 ‘국산’영화가 꺾은,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전통적인 개념’의 프랑스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제압했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프랑스식 코미디와 할리우드식 액션이 뒤섞인 코믹 액션이기 때문.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류에 가깝다.

‘택시’에서 돋보이는 장면은 마르세이유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동차들의 고속질주. 도심을 시속 2백20㎞로 달리는 ‘총알택시’운전사 다니엘은 ‘막가파’식 독일 은행털이범들을 잡으려는 경찰의 계획에 얽혀들어가게 되고, 독일산 벤츠와 프랑스산 푸조의 화려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실제 카레이서로 활동했고 2백여편의 자동차 광고를 만든 CF감독 출신 제라르 피레는 속도감이 빼어난 자동차 추격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오토바이의 현란한 묘기와 자동차의 어지러운 속도전이 스크린을 휘젓지만 이 영화를 할리우드 액션영화들과 구별짓는 것은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독특한 요소들이다. 한국영화 ‘투캅스’가 모방했던 ‘마이 뉴 파트너’를 연상시키는, 재치있는 상황설정과 대사들로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줄거리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택시’의 스피드와 웃음 뒤에는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이 깔려있다.

편견과 희화화의 대상에는 한국인도 포함된다. 한국인 택시기사들이 트렁크에서 교대로 자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지난해 ‘제5원소’를 수입한 삼성영상사업단이 일부를 삭제한 것 때문에 분이 풀리지 않은 뤽 베송이 고의로 집어넣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뤽 베송 프로덕션과 까날 플러스, TF1 등 프랑스 TV방송사들이 함께 투자해 만들었다. 이 영화를 들여온 씨네월드의 조철현이사는 “할리우드에서 마케팅 기법을 배워온 TV방송사들이 영화제작을 주도하면서 할리우드풍 프랑스 영화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할리우드의 프랑스영화 침공에 대한 ‘적극적 수비책’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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