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유영주등 「SK삼총사」,코트밖 「눈물재회」

  •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유영주(27·삼성생명) 정선민(24·신세계) 그리고 김지윤(22·국민은행). 이들은 한때 삼총사로 불렸다.

농구대잔치에서 막강 삼성생명을 깨고 SK증권을 세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 바로 이들.

세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월 이들은 “우리보다 행복한 농구선수는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SK증권이 돌연 해체되면서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98한국여자농구 여름리그 결승3차전에서 삼성생명이 신세계를 누르고 우승한 18일 장충체육관. 경기가 끝난 뒤 정선민이 유영주를 붙들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정선민의 뺨을 어루만지는 유영주의 눈에도 물기가 가득했고 사복차림의 김지윤은 한쪽에서 훌쩍였다.

유영주는 “몇달 전 농구대잔치에서 함께 우승컵을 치켜들던 생각이 나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며 “뿔뿔이 흩어져 힘들어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 잠 못이룬 날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제야 영주언니 마음을 알 것 같아요.” 토라지기 선수였던 정선민도 몇달 새 어른이 된 것같다.

팀이 최하위로 처지는 바람에 풀죽은 김지윤을 유영주는 이렇게 달랬다. “그래도 우린 아직 삼총사야. 3명 모두 베스트5로 뽑혔잖아.”

이들은 지금 29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SK증권의 한솥밥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14명 중 농구를 계속하는 선수는 삼총사와 상업은행으로 간 이종애뿐. 나머지는 컴퓨터학원에 다니거나 뒤늦게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SK증권 농구팀은 사라졌다. 그러나 선수들의 가슴속엔 검정색 유니폼이 여전히 살아있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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