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식학생 10만명

  • 입력 1998년 8월 23일 19시 07분


2학기 개학을 맞아 초중고교 결식학생 문제가 교육계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교총의 조사결과 지난 학기말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의 결식학생은 10만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대단히 충격적이다. 기하급수적인 증가 속도도 놀랍다. 지난 4월 5만명 수준이던 결식학생 숫자가 불과 3개월여만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새 학기에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여기에 수재까지 겹쳐 결식학생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같은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고나 지방회계에서 급식비를 지원받는 결식학생은 전체의 55%에 불과하며 나머지 4만4천여명은 학교가 도시락을 해결해 주거나 결식중이다. 예산확보가 안된다며 하반기 들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정부가 결식학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경제난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정부는 결식학생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점심도시락을 학교에 못가져 올 정도라면 여러 면에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임에 틀림없다. 학교에서는 점심 한끼 제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들의 말 못할 어려운 점을 찾아내 보살펴 주는 세심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식학생들은 대부분 부모가 실직했거나 결손 가정 자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학교가 가정의 부족한 부분을 일부라도 떠맡아야 한다.

민간 단체들도 결식학생을 지원하는 운동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은 어차피 금전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으므로 민간단체가 결식학생들을 정서적인 측면에서 도와주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단체들이 결식학생들을 교직원이나 다른 학부모와 결연해주는 사업을 벌여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모르게 결식 학생의 도시락을 대신 싸주고 있는 한 평범한 이웃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수업 못지 않게 중요한 학교생활의 일부분이다. 최근 단체급식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은 당번을 정해 음식을 타오고 식사를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생활을 몸에 익히고 있다. 결식학생 지원은 이런 교육적 기능의 회복을 꾀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지닌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사회 전체가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이들을 돕는 일은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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