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IMF시대 마약사범

  • 입력 1998년 8월 23일 19시 07분


지난 6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특별총회는 확산일로에 있는 마약밀매를 막기 위한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2003년까지 각국이 마약 단속강화 및 사법공조를 위한 입법조치를 완료하고 2008년까지 코카인 양귀비 마리화나 등의 경작 및 히로뽕 등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제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전지구적인 마약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이었다.

▼현재 불법 마약류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2억명, 이들이 마약구입에 쓰는 돈은 연간 5천억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의 유류 및 가스산업보다 더 크고 자동차산업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여기에 나라마다 마약과 관련된 사회적 출혈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마약관련 사회적 손실액이 무려 한해 1천1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매년 10% 이상씩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작년말 환란(換亂) 이후에는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천9백6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6%가 늘어났다. 이는 96년 14.2%, 97년 12.2% 등의 연간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거기다가 최근의 마약사범 중에는 여성이 많고 단순노무자 운전자 등 서민계층으로까지 마약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과거에는 마약소비가 주로 부유층에 의한 ‘환락추구형’이었으나 요즘은 실업자 등 빈곤층의 ‘현실도피형’ 또는 ‘이판새판형’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검찰의 최근 분석이다. 나라 경제가 기울면서 생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의 한 면이다. 앞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출혈이 걱정이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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