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이도성/청문회 제대로 할 능력 있나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현 집권세력, 즉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경제청문회를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시기는 정기국회 기간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그리고 민방 선정을 둘러싼 정경유착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청문회도 함께 열기로 방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 경제위기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확인, 경제구조의 전반적인 재편성을 통한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청문회 개최취지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처럼 ‘지당한’ 취지 때문에 야당인 한나라당 지도부 중에서도 상당수가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히는 분위기인 듯하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명분과 취지대로 이번 청문회 개최로 국정의 기틀이 바로 잡히고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야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 여권이 계획하는 청문회에 과연 그런 기대를 걸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별 실속없이 민생만 더욱 피곤해질 것 같은 우려가 앞서는 게 숨길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다.

그 이유는 우선 여야 정치권이 더 이상 내디딜 데가 없을 만큼 불신의 벼랑 끝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탄탄한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청문회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청문회야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언제든 열어야겠지만 그에 앞서 정치권이 시급히 보여줘야 할 모습은 통상적인 국회운영이라도 제대로 해나가리라는 신뢰의 확보다.

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이슈의 성격도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주 대상인 경제위기 책임문제는 이미 구속된 강경식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법정에서도 가닥이 잘 잡혀지지 않는 사안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무슨 논란을 다시 벌이자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핫이슈가 돼 있는 김영삼전대통령 부자(父子)문제도 그렇다. 김전대통령 부자로 인해 현 난국이 초래됐음은 이미 삼척동자도 알 만큼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뤄진 일이다.

따라서 굳이 경제위기와 관련된 김전대통령의 책임을 논한다면 강경식 김인호씨에 대한 사법처리와 같은 맥락에서 다뤄져야 옳다. 김전대통령 문제를 사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에 청문회에나 불러내 ‘말싸움’을 벌여본들 국민의 좌절감만 깊게 하고 국제적 망신살만 뻗치는 ‘소모적 푸닥거리’ 이상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민방 선정을 둘러싼 정경유착의혹도 청문회의 소재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미 공론화된 대로 의심할 여지 없는 의혹이 있고, 또 그 의혹을 밝혀낼 생각이라면 청문회를 통해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는 사법적으로 접근하고 밝혀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김전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의 문제가 또 드러나면 사법처리를 하면 될 일이다. 지난해 한보비리 청문회 때처럼 무슨 추궁을 하든 막무가내로 잡아뗄 수 있는 청문회 증언대를 또 한차례 그에게 제공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도성<뉴스플러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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