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미룰수 없다②]돈만 먹는 정당조직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38분


한나라당은 지난달 사무처직원들의 월급을 열흘이나 늦게 지급했다. 월급날인 21일과 ‘7·21’ 재 보선이 겹치는 바람에 중앙당과 시도지부 직원 5백10여명의 한달 월급 6억5천여만원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

여당일 때는 후원회 지원금과 지정기탁금 국고보조금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없었지만 야당이 된 뒤 사실상 국고보조금에만 의존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재집권실패 후 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든데다 부채만도 70억원이 넘지만 인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당에는 사무처 기간요원 2백90여명과 사무보조 여직원 1백4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시도지부에도 80여명이 있다. 거대한 공룡조직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한달 평균 경상비 약 10억원 중 인건비로 6억5천만원이 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방만한 중앙당조직과 엄청난 지구당 유지비다. 여야 모두 중앙당과 지구당 운영에 따른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국민회의의 사무처 직원은 모두 2백49명이지만 이중 정책관련 부서 인원은 20%선인 51명에 불과하다. 국민회의의 한달 인건비는 전체 경상비 10억여원 중 4억여원을 차지한다. 그나마 한나라당에 비해서는 인건비 비중이 낮지만 정책개발비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사정은 비슷하다.전체 중앙당 직원 1백24명 중 정책관련자는 27명. 시도지부에는 29명의 직원이 있다. 한달 인건비는 평균 2억5천만원.

중앙당조직의 방만함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정당이 바로 국민신당이다. 현역의원 8명의 미니정당이지만 사무처직원은 85명이나 된다.

여야 각당이 능력에 비해 거대한 중앙당 조직을 운영하다보니 ‘중앙당은 돈먹는 조직’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구당 유지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각 당은 지구당에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 가까운 상근직원을 두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의 목포―신안을지구당 사무실에는 5명이 상근하고 있다. 청양 홍성 2개군이 합쳐친 복합선거구를 갖고 있는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사무부총장은 청양에 4명, 홍성에 3명 등 직원이 7명이나 돼 부담이 훨씬 크다. 한나라당의 서울 출신 한 중진의원은 여당때는 11명이나 됐던 지구당 직원을 야당이 된뒤 5명으로 구조조정했다. 지구당 유지비도 매월 3천만원씩 쓰다가 1천만원 이내로 줄였다.

이처럼 지구당인력을 운영하려면 매월 인건비만도 수백만원씩 든다. 게다가 각종 행사 찬조금, 조직유지비, 경조사비,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합치면 지구당 유지에 매달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여야 각 당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중앙당의 군살빼기와 지구당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은 새 정부 출범전 선정한 정치개혁과제에 중앙당 개편과 지구당 축소를 포함시킨 뒤 개선방안을 연구중이다.

국민회의 이석현(李錫玄)제3정조위원장은 “지구당 유지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지역구민의 민원을 수렴할 수 있도록 여직원 한명 정도만 두는 연락사무소 체제로 전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도 연구보고서에서 중앙당의 상근인원을 대폭 축소해 정책 홍보기능 위주로 전면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구당은 현행 정당법상의 법정기구로서의 기능을 폐지하되 연락사무소나 후원회 사무실로 전환, 유급사무원을 두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림대 김용호(金容浩·정치학)교수는 “중앙당은 의회지원 조직으로 전환해 슬림화하고 선거구제를 대선거구제로 전환한 뒤 지구당조직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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