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찔한 안산터널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38분


하루 5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전철 안산선 구간의 안산터널이 부실공사로 누더기가 돼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손을 쓰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는 보도다. 가슴 철렁한 이야기다. 삼풍사고 성수대교사고 등 무너지고 내려앉는 대형참사를 그렇게 겪고도 아직도 이런 안전불감증이 지속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무엇보다 개탄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터널의 위험성을 알고도 무려 2년간이나 방치해왔다는 사실이다. 서울지방철도청은 96년 9월 이후 안산터널 내벽 곳곳에 금이 가는 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철도청과 철도건설본부에 몇차례나 보수를 촉구했지만 철도건설본부는 시공회사에 책임을 미루며 균열부위를 땜질하는 식으로 부분 보수만 해왔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대형사고가 나기를 기다려 온 꼴이 아닌가.

시민의 안전은 제쳐둔 채 공문주고받기로 책임공방을 벌인 것은 관료주의 병폐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공직사회 고질 중의 하나가 매사 형식적인 서류처리만 갖고 할 일 다했다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일의 선후(先後)가 어떤지를 꼼꼼히 따지기 보다는 서류상 요건 갖추기와 감사에 걸릴 점이 없는지만 따지는 데 신경을 쓴다. 안산터널 위험방치에서도 병폐는 그대로 드러났다. 당국은 이런 고질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을 엄중 조사해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부실공사를 한 건설회사도 그냥 둘 수 없다. 설계 시공 감리 등 공사 전과정에서 어디에 부실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 민형사적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한다. 입찰에서부터 공사과정 설계변경 등에 이르기까지 업자와 철도청관계자들 사이에 어떤 결탁과 비리가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부실공사의 배경에는 비리가 있게 마련이다. 보수공사에 드는 일체의 경비와 피해보상을 설계회사나 건설회사측에 모두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엄중한 처리가 있어야만 건설업계에 경종을 울려 부실공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당장 안산터널에 대한 종합 안전진단을 실시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급하다. 수백군데에 이르는 균열이 왜 생겼는지, 터널 위로 난 8차로도로로 인한 구조적 결함은 없는지, 붕괴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밝혀내 근본적인 보수공사로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안산터널과 유사한 사례가 더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각종 부실공사를 뿌리뽑고 우리 사회에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이번 안산터널 부실공사와 위험방치 관련자들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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