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 / 전화성금 韓通수입

  • 입력 1998년 8월 29일 10시 31분


악몽처럼 덮치는 계속된 폭우로 온 나라에 수재가 발생해 걱정이 태산같이 커질 때 TV를 켜면 한자락 위안을 주는 숫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주유 미터기 올라가듯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쌓이는 수재의연금을 보노라면 경제위기에 수해까지 겹쳐 암울해 하다가도 ‘그래도 우리가 희망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한번 통화로 1천원이 기부되는 TV 3사의 ARS 모금액이 27일로 1백억원을 넘어섰다. 연인원 1천만명이 선행(善行)에 참여한 셈이다. ‘개미군단’의 온정이 큰일을 해낸 것이다. 1천원이라는 호주머니 돈을 내기 위해 방송국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전화 한통으로 끝내는 편리함이 주효해 큰 모금실적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정보화시대를 실감케 하는 신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신 풍속에는 허점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인지 1백억원을 돌파했다고 하나 실제 수금을 해보면 50억∼60억원밖에 안될 것이라고 한다. 과다한 통화료가 부과될 것을 감안해 하루에 한번만 성금전화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두번 이상 전화를 한 경우는 TV화면에 계산은 돼도 실제로는 무효화됐다는 것이다. 공중전화나 휴대전화로 한 것도 무효다.

▼90년부터 시작된 ARS는 전국 어디서나 국번 700으로 전화를 걸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TV 3사에 ARS를 대여한 한국통신은 1백억원의 성금을 모으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한 통화에 45원씩 4억5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ARS 사업이 적자라고는 하지만 1천만명의 정성을 생각할 때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을 수해 성금으로 기부한다면 더욱 뜻이 깊을 것이다.

〈임연철 논설위원〉 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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