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동심의 풋사랑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다음달 5일 개봉되는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2차대전 직후 시베리아의 광산촌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상처받은 유년을 그린 러시아 흑백영화다.

밀가루 한줌을 얻기 위해 지긋지긋한 몸부림을 해야 하는, 거리의 악취가 스크린에 배어나오는 듯한 가난.

카메라는 순진하면서도 악동기 가득한 소년의 눈을 통해 가난과 폭력 알코올 더러움 비겁함 섹스 무질서 범죄 등 어른들의 무질서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같은 어두움이 영화의 줄기는 아니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소년과 소녀의 말로 표현되지 않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비슷한 향취를 맡을 수 있는 우정어린 사랑.

이 영화엔 특히 한국전쟁 전후 우리의 성장소설을 떠올리게하는 친숙한 영상이 가득하다.

학교 화장실에 이스트를 집어넣어 분뇨가 거리에 넘치게 하고 기차 선로를 바꾸는 등 악의는 없지만 도발적인 방법으로 어른들의 부당한 질서에 도전하는 소년의 장난, 자신은 몸을 팔아 생계를 꾸리지만 아들이 거리에서 차(茶)를 팔아 번 돈을 훔친 것이라 오해해 찢어지는 심정으로 마구 때리는 어머니….

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는 모스크바영화학교 졸업을 앞두고 강간죄로 8년간 투옥되는 등 긴 우회 항로를 거친 뒤 53세에 이 영화로 데뷔한 늦깎이.

깔끔한 플롯의 중편소설을 읽고 난 듯 애절한 뒷맛을 남기는 이 작품으로 90년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열세살짜리 주인공 파벨 나자로프는 영화 속에서와 비슷한 ‘거리의 소년’이었다.

원제는 ‘멈춰, 죽어, 부활할 거야’란 뜻의 ‘Freeze, Die, Com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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