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31일]능금이 익어가는 햇살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초가을의 감 익는 햇살, 배추 속살처럼 씻긴 구름 한 두 포기, 바람소리에 말갛게 쓸리는 나뭇잎새, 가만히 귀 기울여 가을을 듣는 능금….

여위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선물(膳物)인 듯, 과육(果肉)은 체중 가득 가을의 향기를 담는데…, 찬 이슬을 뒤척이는 달팽이 하나,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름이 서럽다.

맑은 뒤 흐림. 동해안엔 한때비.행락객이 떠나간 백사장에 청자(靑瓷)빛 물방울을 잘디 잘게 썬 안개비가 흩뿌릴 듯. 아침17∼21도,낮25∼30도.

‘사루비아,/백일홍,/그 위에 또 달리아까지/…뜨거운 꽃들이 피어 있기에/…아직은 숯불같이 뜨거운 꽃들이 피어 있기에/가슴은 식지 않는다./아, 이 가을엔/사랑을 하지 않아도/가슴은 식지 않는다…’(박성룡).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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