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늦출 수 없는 교육개혁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서울대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이 둘째 딸의 불법 고액과외 사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서를 썼다. 가족들은 선우총장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과외를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본인이 알았거나 몰랐거나에 관계없이 서울대총장이 교육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사퇴는 당연하다. 더구나 선우총장은 바로 직전까지 교육정상화를 외치며 서울대 개혁을 진두 지휘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 크지 않다.

선우총장은 서울대 역사상 불미스러운 개인문제로 총장직을 떠나는 첫번째 사례가 됐다. 이번 사건은 선우총장 개인적으로도 교육자 생명에 마침표를 찍는 불행한 일이 됐지만 서울대, 나아가 우리 교육에는 더욱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교육자로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서울대총장의 가정조차 고액과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가뜩이나 팽배해 있는 교육에 대한 불신풍조가 극에 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사건은 새 정부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학교나 교육자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투철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개혁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자질 및 능력 문제를 제기할 것이 뻔하다. 특히 새로 도입될 교육제도는 자율권이 늘어난만큼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상당수 서민들이 현직 교사까지 개입된 이번 사건의 귀추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우총장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아직도 과외에 대해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서울대총장 집안이 자녀에게 과외를 시킬 정도로 학부모들은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과외는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사건에서 이른바 ‘족집게과외’가 대학입시에서 성적을 올리는 데 그다지 효과가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교육당국은 당장 이번 수능시험에서부터 수천만원짜리 고액과외가 발붙일 수 없게 출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점은 대학입시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서울대 개혁작업을 주도해온 선우총장의 사퇴로 개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잖아도 기초학문 교수들의 반발로 개혁작업이 주춤한 상황이다. ‘서울대 병’을 치유해 교육정상화를 꾀하려는 서울대 개혁은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교육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에게 분노를 안겨준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도 서울대 개혁은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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