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서울대 총장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현실의 아버지’가 아니냐. 첫딸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전문대 진학조차 어려웠던 둘째딸을 동시에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는 것이다.
공부 가르치는게 죄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겠느냐, 대학 못가면 사람구실 못하게 하는 이땅의 교육풍토가 문제아니냐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다같은 부모의 고민에 수긍이 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냉엄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96년 총장으로 뽑힌 뒤 줄곧 불법과외로 병든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실태를 지적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온 그가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는 불법과외를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선우총장이 주도해 왔던 개혁안도 학력우수자보다는 봉사정신과 창의력 지도력 등을 겸비한 학생이 높게 평가받도록 해 고교교육을 정상화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개혁의 기수’에서 ‘부덕(不德)한 죄인’으로 전락해 버린 스승의 모습을 지켜보는 교수와 학생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서울대총장이라는 자리는 ‘아버지로서의 사랑’보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도덕적 상징의 자리이기도 하다.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고교교육과 대학개혁의 운명이 걸린 직책이 아닌가.
선우총장의 사의표명 소식이 전해진 29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제개편 무시험 전형 등 총장주도로 이뤄져 온 서울대 개혁은 처음부터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이 교육개혁의 골격을 헝클어뜨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박정훈<사회부>hun34@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