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총재의 한나라당

  •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4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대통령후보였던 이회창(李會昌)씨를 새 총재로 선출했다. 한나라당은 작년말 대통령선거 이후의 과도체제를 마감하고 비로소 본격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총재는 대선(大選) 패배를 딛고 8개월여만에 정치일선에 복귀했다. 재집권 실패에 따라 방향을 잃고 표류해온 한나라당에도, 실패의 장본인이었던 이총재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총재는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55.7%를 얻어 낙승했다. 많은 대의원들이 그를 다시 구심점으로 삼아 그가 표방한 ‘힘있는 야당’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자는 데 동의한 결과라고 본다. 이총재는 대의원들의 뜻을 받들어 당을 쇄신하고 정치를 바꾸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당내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형성하고 정책기능을 강화할 것이며 예비내각을 운영하겠다는 그의 공약을 주목하고자 한다. 리더십 확립은 한나라당의 가장 절실한 과제중 하나다. 정책기능 강화와 예비내각 운영은 야당사에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모적 대결정치를 청산하고 생산적 대화정치를 펼치겠으며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그의 총재 당선인사는 평가할 만하다.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야당이 되자는 그의 호소도 적절하다. 그의 말처럼 위기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국가적 난국의 타개에 힘을 합칠 때 야당의 정치적 장래도 열릴 수 있다. 이총재가 그런 바탕에서 여야 영수회담 용의를 밝힌 이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체하지 말고 이총재와 만나기 바란다.

이총재가 당장 부닥쳐야 할 난제는 일부 의원들의 연쇄탈당과 총재경선 후유증이다. 당내에 상당수의 이탈자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그런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차제에 정리하는 것이 ‘힘있는 야당’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전당대회 후유증은 일차적으로 경선 패배자들의 문제다. 패배자들은 경선결과에 승복하고 이총재에게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옳다. 그러나 당 안팎에는 이총재의 정치력과 포용력 부족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총재는 반대자들을 아우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정계개편과 정치권 사정(司正), 그리고 청문회도 한나라당과 이총재에게 만만찮은 시련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외쳐온 ‘단호한 대처’만으로는 그것들을 뛰어넘기 어렵다. 원칙과 명분에 맞게 대응해야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총재는 알아야 한다. 아울러 김대통령은 ‘야당 파괴공작’을 중단하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라는 이총재의 요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