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성호/불법고액과외를 없애려면

  •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4분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몇몇 부모가 학원의 꼬임에 빠져 법을 어기면서(불법), 몇천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고액), 정규 학교공부 외에 비정상적인 별도의 공부(족집게 과외)를 시켰다 해서 연일 시끄럽다.

이러한 불법 고액과외 사례는 그 전에도 몇번 터져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큰 까닭은 그저 부동산 투기나 해서 돈을 모은 졸부들이 허세를 부린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 총장 집안에서 그랬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더욱이 한국 대학 개혁의 선봉에 서 있고 젊은이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진학을 꿈꾸었던 바로 그 대학의 총장이었다는 데서 충격의 파장이 컸나 보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결국 부모의 마음은 그 어느 누구든 똑같구나, 자녀문제라면 어느 누구도 별수 없구나 하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다.

이제 이 사건을 계기로 여느 때처럼 정부에서는 많은 과외 근절 대책을 세우고 있다.

▼ 소수대학 인재독점 탓 ▼

새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대학입시제도 개혁을 비롯한 여러가지 교육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국민으로 하여금 다소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불법 고액과외나 사교육비 문제 등에 근원이 되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직도 제대로 제기되지 않고 있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것은 다름아닌 특정한 소수대학이 이 나라 최고의 우수한 인재를 독점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평준화가 제일 잘 이루어진 분야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대학 교수 사회일 듯 싶다. 어느 조그만 지방 대학을 가더라도 그 곳에는 세계에서 이름난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누구못지 않은 뛰어난 능력을 갖춘 교수들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우열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요인은 학생들의 능력일성싶다.

즉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그 대학으로 가기에 그 대학이 우수한 대학이 된 것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바로 그 우수한 학생들이 오로지 한곳으로만 몰리고 또 사회제도가 그렇게 그 한곳으로만 몰리도록 만들어졌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누구든 그곳에 가야만 하겠다는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세가지 방식으로 풀어야 될 성싶다.

첫째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를 묻지 말고 그가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그래봤자 결국은 그 대학 출신일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특정한 하나의 대학에서만 인재를 독점하였기에 그랬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고정관념이 결국은 모두가 그 하나의 대학만을 바라보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던 것이다.

둘째는 아주 우수한 대학의 층을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간에는 도토리 키재기식의 그야말로 전체적으로 볼 때 어느 대학이 정말 최고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 특정한 분야에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우수한 대학을 10개든 20개든 육성해야 한다.

소위 우수한 인재들이 여러 대학에 분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밑바닥은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아주 날카롭고 좁고 가느다란 첨예화 현상으로 대학을 줄 세워서는 안된다.

▼ 학생선발 특성화할 때 ▼

셋째는 수능시험과 같은 한가지 잣대로 전국의 학생을 비교하여 선발하는 입시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 개혁은 너무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학마다 제각기 여러가지 서로 다른 전형자료를 개발하여 서로 다른 우수한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능시험에서 몇점 이상은 어느 대학 무슨 과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식의 줄세우기 짓은 이제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권력도 어느 한 부서에서 온통 독점하면 문제가 되고 재물도 어느 한 사람에게만 축적되면 문제가 되듯 인재도 어느 한 곳에만 몰려 있으면 문제가 된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비슷한 수준의 우수한 명문대가 속히 여러개 나와야만 한다. 그래야만 부모들의 죽기살기식의 온갖 ‘부적절하고 이색적인’ 자녀교육이 없어질 것이다.

이성호 (연세대 교육과학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