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약, 본인이 직접 진맥받고 지어야

  • 입력 1998년 9월 1일 19시 10분


가을의 초입. 긴 여름 날씨에 지친 몸을 추스릴 때다. 요즘 한의원에는 부인이나 부모가 ‘바쁜 환자’ 대신 와서 보약을 지어가기도 하지만 한의사들은 “보약은 본인이 직접 진맥받고 지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보약은 어떻게 짓나?〓우선 진맥을 통해 환자에게 기혈음양(氣血陰陽) 중 무엇이 부족한지를 본다. 기(氣·에너지가 되는 기운)가 부족하면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피곤해진다. 대표적 처방은 사군자탕. 혈(血·피의 영양)이 부족하면 어지럽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린다.사물탕으로 고친다. 음(陰·몸의 진액)이 부족하면 체중이 줄고 입이 타며 식은땀이 난다. 대표적 처방은 육미지황탕. 양(陽·정력)이 부족하면 아랫배가 차갑고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오며 설사나 조루증도 생긴다. 팔미원이 대표적 처방.

▼한약재 믿을만한가?〓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 일부 한약재에서 표백제와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겉모습 만을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넣는 것. 한약방에서 약재를 살 때 겉이 너무 깨끗한 것은 의심. 일반인은 표백제와 중금속이 들어있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믿을만한 한의사’에게 약을 짓는 것이 좋다.

▼피해야 할 것〓보약을 먹어 힘이 넘친다며 무리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으나 잘못. 충분히 쉬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소화가 잘 돼 약효도 커진다. 찬 음식이나 밀가루 술 등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겼으면 보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으므로 치료제부터 먹어야 한다. 감기 폐렴 급성간염 등 급성질환에 걸렸을 때는 보약을 먹으면 증세가 악화. 간기능이 약한 사람은 보약보다는 치료제를 먹어야 한다. 인진청감탕 등 50여가지의 한약은 간 기능을 개선한다.

▼잘못 알려진 속설 △유아기에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일부에서 약을 팔기 위해 하는 말. 녹용은 조혈(造血)작용을 도와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지능과는 관계가 없다. 잘 크는 아이는 먹을 필요가 없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식욕이 당겨 음식을 많이 먹으므로 살이 찌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은 몸의 대사체계가 조절돼 살이 빠질 수도 있다.(도움말〓경희대한방병원 보양클리닉 이장훈교수 02―958―9115, 명인한의원 이승교원장 02―565―6800)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