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8월13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를 헌법에 정해진 하한선인 2백명선으로 줄이자는 의견에 전체 응답자의 94.0%가 찬성했다.
의원정수 축소얘기가 나오면서 그 당위성의 근거로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는 우리 국회의 생산성이다.
올해 국회 예산은 인건비 9백26억원을 포함, 총 1천5백88억원. 또 각 정당 경상비에 대한 국고보조금 2백52억원과 ‘6·4’지방선거 국고보조금 5백66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정치권에 대한 세금지출액이 간단하게 2천4백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고에서 의원 1인당 평균 8억원의 돈이 투자된 셈이다. 여기에 정당과 의원들이 상반기 중 ‘공식적으로’ 모금한 후원금만 해도 이미 3백억원을 넘고 있다.
이에 비해 국회와 국회의원은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5대 후반기만 해도 석달 가까이 국회활동의 기본인 상임위도 구성하지 못했다. 본회의가 열린 날도 33일에 불과했다.
우리 국회는 생산성은 형편없는데도 불구하고 과잉투자가 매년 계속되고 있는 ‘돈먹는 하마’인 셈이다.
의원정수 축소 움직임에 시민단체도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실련은 전체 의원수를 2백50명 정도로 줄이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회의의 정치개혁특위도 일단 의원정수 축소를 전제로 ‘50명 감축안’과 ‘30명 감축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 부위원장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외환위기 초래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고통분담을 한다는 차원에서도 의원정수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면서 “정치권도 최근 각 분야에서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97년말 국내 총인구는 4천4백여만명에 의석수는 2백99석으로 의원 1인당 인구는 15만명.
외국사례와 비교할 경우 의원 1인당 인구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61만명 25만명으로 우리보다 많고 프랑스 독일은 각각 10만명 12만명으로 우리보다 적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본질이 돼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원정수 축소 주장은 장기간에 걸친 부실국회에 따른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조기숙(趙己淑)교수는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보다 국회의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의원정수 축소보다 국회제도와 정당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정수 축소론자들은 국가간 의원정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으며 선진국에 비해 수십배에 달하는 우리 의원들의 유지비용을 감안할 때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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