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한국경제의 청사진

  • 입력 1998년 9월 2일 19시 39분


81년 제40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 레이건은 ‘경제의 재활성화를 통한 위대한 미국의 복권’을 국가정책으로 내걸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당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케인스류의 총수요관리만으로는 미흡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공급사이드를 자극하여 그 파급효과가 수요증대를 이끌어내도록 한다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탈진상태의 미국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최근 정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철학과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DJ노믹스’를 펴냈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부터 출발한 이 책은 ‘민주적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국정철학과 경제개혁방향 그리고 정책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DJ노믹스는 공급 중시의 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한 레이거노믹스나 단순히 개혁과제들만 나열한 YS의 ‘신(新)경제 5개년계획’과 다르다고 김대통령 경제참모들은 강조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으로 일컬어지는 DJ노믹스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궤를 같이 한다. 영국 대처총리의 대처주의와도 통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공정한 시장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인 개혁프로그램으로 나타났을 때 정책의 일관성과 종합성을 잃고 있음을 보게 된다.

▼민주적 시장경제의 확립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과 경제구조의 전면적 개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정책부터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과거와 같은 통제위주의 권위주의적 규율 대신 자기책임 원칙에 입각한 시장규율의 확립이 급선무다. DJ노믹스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그 결과로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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