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도로공사장은 「안전불감지역」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승용차를 몰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 집을 나서 출근길을 서둘던 회사원 박모씨(35)는 얼마전 ‘지름길’로 들어섰다가 낭패를 봤다. 상습정체구간인 미아로를 피해 주택가 이면도로를 3백m 쯤 달렸을 때 갑자기 길이 막혀버린 것.상수도공사를 위해 도로를 파헤쳐 놓았기 때문에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박씨는 결국 후진을 거듭, 골목을 빠져나와야 했다.

공사안내판도 없이 도로를 파헤쳐 운전자들을 진땀나게 만드는 곳은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대형공사장도 마찬가지다.

요즘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종로구 원남고가차도 공사장도 중앙선 변경, 돌출 공사장비 등으로 교통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전방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없다. 늘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으례 그러려니 하고 조심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차를 몰고 공사장 주변을 통과하는 것은 ‘곡예’에 가깝다. 공사장에 반드시 설치토록 규정된 각종 안전시설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물론 여기저기 각종 임시설치물이 튀어나와 있어 안전운행을 위협하고 있다.

지하에 터널을 낸 뒤 지상에 복공판을 설치한 지하철공사장의 경우는 더욱 안전관리가 부실해 공사장 주변에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6호선 공사와 내부순환 도시고속도로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화랑로 월릉교부근이 대표적인 곳이다.

시민단체인 도시연대의 최정한(崔廷漢)사무총장은 “미국 영국 등 교통선진국에선 규정대로 공사장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운전자과실에 의한 사고라도 시공사와 주정부측에 모든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원칙을 무시한 공사장 관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