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공위성과 미사일 사이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일주일 전 북한이 발사한 로켓에 실린 것이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로켓 기술수준이다. 로켓은 위성도 미사일도, 그리고 화학생물탄두도 장착해 발사할 수 있다. 북한 발표대로 위성발사가 성공했다면 그 로켓의 운반능력은 6천㎞ 이상 중장거리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그것은 바로 대륙간탄도탄(ICBM)의 제조능력을 의미한다. 엄청난 안보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러시아과학자들을 고용했든 안했든 문제는 로켓 개발능력을 평화적 우주과학 연구용으로 발전시키느냐 아니면 군사용으로 이용하느냐다. 북한이 ICBM을 생산한다면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도 그 사정권안에 들게 된다. 한국 미국 일본이 긴밀한 공조체제로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급히 대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사한지 닷새 뒤에야 위성의 궤도진입을 주장한 북한측 공식발표는 갖가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궤도진입 성공여부는 발사후 수시간만에 이루어지는 교신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북한이 닷새나 침묵한 속셈은 세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만약에 위성일 경우 한 미 일의 정보능력 시험, 김정일(金正日)체제 공식 출범에 맞춰 공표, 미사일일 경우는 국제압력 무마용 허위발표 가능성이 그것이다. 위성이라 해도 크기가 길이 1m, 무게 20㎏ 미만의 극소형일 경우 존재확인 작업은 극히 어려워 영구미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 미 일이 북측 발표의 진위여부를 즉각 가릴 정보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도 실망스럽다. 특히 첨단 정보능력을 과시해온 미국으로서는 망신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북한의 발사체가 인공위성인 것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격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 일본의 재무장을 촉발할 수도 있어 동북아지역 안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군사주권 문제라고 강변하지만 안보불안을 느낀 주변국이 자위권을 강구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실책이 될 것이다. 한반도주변 군비경쟁에 불을 댕겨서는 안된다.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 1,2호를 우주공간에 띄운 한국도 평화목적의 로켓기술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 대결과 긴장 해소정책을 내세운 한국인 만큼 평화적 과학기술 개발에는 미국도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미고위급회담이 사실상 일괄타결된 것은 다행이다. 북한은 앞으로 재개될 북―미미사일협상에서 로켓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천명하느냐의 여부에 세계적 관심이 쏠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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