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윤철/「과외알선 선생님」애증

  • 입력 1998년 9월 7일 18시 53분


여학생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끊이지않던 교정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다. 7일 서울 서초구의 S여고.

“언제 돌아오실 수 있는 거죠. 우리에게는 자상하신 선생님이셨는데….”

돈을 받고 제자들에게 고액과외를 소개한 혐의로 담임교사 권모씨(44)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 학교 1학년 2반 학생들은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일부 학생은 도덕적인 비난에 앞서 유달리 학생들에게 자상했던 선생님에 대한 동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학기 수학여행을 갔을 때 밤새 자지않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주시며 연애시절 이야기를 해주실 때 너무 좋았는데….”

선생님의 구속 소식에 며칠째 울어 눈이 부었다는 한 학생은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우리도 알건 다 알아요. 왜 하필 이제 와서 우리 선생님만 잡혀가야 되는 거죠” 일부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믿었던 담임선생님의 또다른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도 적지않았다.

“성적이 떨어질 때 담임선생님이 과외를 권유한다면 누구도 쉽게 뿌리치기 힘들거예요. 선생님이 그걸 이용했다니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많은 학생은 자상했던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배신감이 뒤섞여 혼란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반면 교사들은 교무실과 교실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절 말하려 하지 않았다.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라고나 할까.

“자꾸 들춰내 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인데….” 한 교사는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교육과 입시에 관한 의식전환, 그리고 제도개선만이 이런 ‘교사구속’같은 비극을 원천적으로 막고 교육을 바로잡는 길일 것 같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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