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쑥스러운 「자주국방」

  • 입력 1998년 9월 7일 19시 13분


국방부 민원실을 나와서 본관 청사로 이어지는 회색 부속건물을 바라보면 ‘자주국방’이라는 네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어온 말이다. 일제에 국권을 뺏기고 한국전쟁 때는 미국의 도움으로 한반도 남쪽을 지켜낸 우리에게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국방목표도 그 핵심은 자주국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함북 대포동에서 발사한 것이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라는 북한측의 발표 뒤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자주국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휴전선 북쪽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둘째치고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북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에겐 없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국가예산의 20%(GNP대비 3.1%)를 국방비에 쏟아붓고 있으면서도.

대북정보, 국가안보의 귀와 눈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현실은 결국 우리의 책임이다. 핵무기는 포기선언으로, 미사일 개발은 한미양해각서에 따라 사거리 1백80㎞로 제한받는 상황도 마찬가지다.북한관영 중앙통신은 인공위성 발사를 ‘자립적 민족경제의 또 하나의 결실’이라며 선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식량을 구걸하면서도 ‘자주국방’에 매달리는 북한을 본받아서야 안되겠지만 국가의 존립기반인 안보의 상당부분을 아직도 외국에 기대는 현실이 여간 씁쓸하지 않다.

송상근<사회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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