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의 짝짓기는 요란스러웠다. 수컷은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도 하고, 공중제비를 하기도 하고 헤엄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그때였다.“쿠앙!”
갑자기 천둥소리가 터져나왔다. 계곡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순간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폭풍처럼 거센 물파장이 밀려 들어왔다.
“이게, 대체, 무, 무슨 일이야?” 금강모치가 가슴지느러미를 허우적거리며 더듬거렸다. 어진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장작개비만한 열목어들이 허옇게 배를 뒤집고 떠올랐다. 배가 터져 속이 흘러나온 치들도 있었다. 더러는 방향을 못잡고 물가로 나왔다.
“사람들이야!”
푸른 얼룩무늬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야호!”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며 죽은 열목어를 건졌다. 물가로 나오는 열목어를 잡기도 했다.
“나쁘다! 짝짓기를 하는데 벼락을 터뜨리다니!” 버들붕어가 분통을 터뜨렸다. 금강모치가 잽싸게 돌 밑으로 몸을 숨기며 중얼거렸다.
“큰일이야.이곳까지 사람이 나타나다니….”
현암사에서 펴낸 ‘버들붕어 하킴’.
민물고기와 눈을 맞추며 써내려간 장편 창작동화. 한 마리 버들붕어가 되어 강과 호수를 마음껏 헤엄치는 사이, 자연스레 자연사랑과 환경보호의 뜻을 깨우치게 된다.
버들붕어 금강모치 어름치 각시붕어 연준모치 열목어 갈겨니 꾸구리 퉁사리 자가사리 동자개 모래무지 황쏘가리 대농갱이…. 이름만 들어도 예쁘고 절로 정이 가는 우리의 민물고기.
작가 박윤규씨의 말. “민물고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슷비슷하지요. 하지만 눈높이를 같이 해서 옆에서 보세요. 민물고기의 비늘이며 옆줄이며 지느러미며…, 낱낱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서로를 알아볼 때 비로소 사랑도 생겨나지요.”
한병호씨의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컬러 화보로 엮은 민물고기 사진첩이 낯설게만 여겨졌던 물속 세계로 어린이들의 손을 잡아 이끈다. 5,8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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