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특정 당적을 걸거나 무소속을 표방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사람들이다. 그런 의원들이 유권자의 의사도 묻지 않고 당적을 제멋대로 옮기는 것은 민의(民意)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만들어준 의석구도를 그렇게 인위적으로 흔드는 것은 정당정치에 대한 위험한 도전이다. 물론 의원들에게는 정당선택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의원의 당적은 의원과 유권자 사이의 정치적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깨려면 유권자의 최소한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도의다.
당적을 옮긴 의원들은 국난극복과 개혁에 동참하고 지역화합에 기여하기 위해 여당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는 비리혐의가 잡혔거나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원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의원은 자리를 탐해 여당에 갔고 심지어는 빚을 갚기 위해 여당에 몸을 실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해당 의원과 여당이 입당조건을 놓고 ‘뒷거래’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의석수에 밀려 국정수행에 곤란을 겪은 소수여당이 의석 늘리기에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거기에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여당이 비리에 연루됐거나 사업하기 어려운 의원들의 도피처가 될 수는 없다. 기회주의자들의 출세를 보장하는 곳이어서도 안된다. 그런 정치인들이 국난극복과 지역화합에 얼마나 도움을 주겠는가. 그런 면면으로 숫자를 늘려 개혁을 추진하겠다면 그 개혁이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여당은 무원칙한 의원영입을 자제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사법당국은 여당합류 의원도 비리가 있으면 가차없이 사정(司正)해야 한다. 그래야 오해를 덜 수 있다.
한나라당도 여당 탓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웬만한 회유가 있어도 당에 남을 것이 아닌가. 실제로 당의 표류에 대한 염증과 미래에 대한 회의(懷疑) 때문에 탈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조속히 정체성(正體性)을 확립하고 구심력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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