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 성공은 창업자 더글라스 존스사장의 아이디어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외주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존스사장은 우선 PC를 택배(宅配)업체 표준소포 규격에 맞춰 소형으로 설계했다. 그 결과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PC제조와 자금조달 및 결제, 고객서비스센터까지 회사 밖에서 해결했다.
고객의 주문은 택배사에서 접수해 공장으로 전달한다. 존스의 주문에 따라 공장에서 만든 PC를 택배사가 소포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4일. 대개 50일분의 재고를 쌓아두고 손님을 맞는 PC양판점들이 보기엔 ‘혁명’과 다름없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다국적 신발업체 나이키사에도 아웃소싱은 깊숙히 들어가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만 본사가 맡고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 외주를 준다. 세계 곳곳의 경영자원을 총집합, 최적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평생고용과 상하간 끈끈한 연대가 특징인 일본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금형부품업체인 미스미는 수 년 전 인사 총무 등 관리기능을 아웃소싱했다. 임직원 평가까지도 외부 헤드헌팅업체에 맡겼다. 희망하는 직원에게 일을 맡기는 식이어서 직원 반발도 없었다.
요즘 최악의 불황기이지만 매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3백80억엔에 순익은 20억엔. 직원 수는 고작 2백명선이다. ‘끊임없는 혁신’이란 사훈(社訓)에 걸맞게 변신중인 미스미는 불황기 일본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아웃소싱 시대는 활짝 열리는가. 올해부터 2001년까지 4년간 미국기업들의 신규 아웃소싱 규모는 3천2백억달러라고 미국내 ‘아웃소싱연구소’(www.outsourcing.com)는 추산했다. 1년 평균 8백억달러(약1백조원)로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많은 액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미 기업들 사이에서는 금융(CFO)과 정보(CIO)분야를 맡는 전문가와 별도로 아웃소싱전문가(CRO·Chief Resorce Officer)가 인기직종으로 떠올랐다. CRO를 채용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연구개발에서 제품판매까지의 기간이 평균 두달 단축됐다는 것이 아웃소싱연구소의 분석.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한국에도 아웃소싱 바람이 본격 불고 있다. 특히 ‘몸집 불리기’에 열심이었던 재벌들이 ‘머리와 몸통만 남기려는’ 아웃소싱에 관심이 높다. 기존 조직을 독립시킨 뒤 이들에 외주를 주는 ‘분사(分社)+아웃소싱’방식이 주류.
올 6월 삼성물산 무역부문은 총무팀 직원 15명을 ‘편리한 세상’이란 독자회사로 분가시켰다. ‘편리한…’은 삼성물산 직원들의 여권 비자 항공권 발급, 문서발송, 사무용품 수리, 명함인쇄 등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이 회사에 3년동안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할인해주는 대신 이 부문의 인원과 조직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물류부문도 떼어내 ‘로지텍’이란 물류 전문업체를 만든 뒤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이고 업무효율도 높였다는 것.
충남방적은 아예 전산실 전체를 한국IBM에 맡겨 큰 성과를 올렸다. 또 청바지 전문업체인 ㈜잠뱅이의 경우 디자인 경리 기획 등 핵심부서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외국 청바지 업체들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해 15명의 직원이 1인당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그렇지만 아웃소싱은 만능이 아니다. 꼭 맞는 방식으로 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일재(丁一宰)LG경제연구원 이사의 진단.
“무조건 아웃소싱한다고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경쟁력의 급소인 핵심부문까지 아웃소싱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분사 후 아웃소싱하는 경우에도 그 회사가 자립기반을 갖출 때까지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주문도 몰아줘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이와 관련해 월마트와 K마트의 경쟁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세계 최대의 할인업체인 월마트는 80년대 경쟁업체인 K마트가 물류부문을 아웃소싱하는 데도 고집스럽게 이 곳에 돈을 쏟아부었다. 싼 가격이 아닌 ‘적기(適期)배달’을 경쟁요소로 보고 배달망 구축을 위해 수억달러짜리 인공위성까지 직접 띄웠다. 90년대는 월마트의 우세였고 ‘K마트의 열세는 과도한 아웃소싱 탓’이란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회사내에 남기고 회사밖에 넘겨야 할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 김근동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아웃소싱이 국내에서도 급격히 기업경영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아웃소싱에 의존하다 보면 회사비밀이 새거나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운 부작용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합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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