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회장이 이끄는 엔케이그룹은 최근 부도를 냈다. 이때문에 찬조금을 내지못해 협회가 모아놓은 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운영비를 댈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회장 직무대행체제는 납득하기 어렵다. 직무대행제도는 회장의 ‘유고’시에 대비한 한시적 제도다. 최회장이 회장직을 내놓겠다고 했는가. 그렇지 않다. 내년 대의원총회까지는 회장자리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 회장이 그대로 있는데 다른 사람이 직무대행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앞뒤가 맞지않는다.
회장이 협회 일에 신경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항변도 있다. 그렇다면 최회장이 그동안 열심히 협회 일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2월 그가 부임한 이후 농구협회는 부회장 또는 전무이사 중심으로 살림을 꾸려왔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대행체제 운운할 필요가 없다.
회장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지정해 대행을 맡으라고 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않다. 이 정도 사안이면 전체이사회 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했어야 옳았다. 이 자리에서 최회장이 현재 입장을 설명하고 중지를 모아 위기돌파책을 찾아야 했다. 농구협회가 엔케이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지 않은가.
농구협회는 당장 다음달 농구대잔치를 앞두고 있다. 12월엔 아시아경기가 열려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줄지어 있다. 최회장이 약속한 올해 찬조금은 3억원. 그러나 돈을 낼 전망은 전혀 없다.
야박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쯤해서 ‘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최회장 퇴진과 그 후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협회 집행부가 이를 할 수 없다면 대의원들이 앞장서야 하고 원로들이 나서야 한다.
농구협회가 질곡으로 빠져드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