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 마구 쏘는 경찰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03분


절도 용의자가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거나 중상을 입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 경찰의 총기남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탈옥수 신창원을 놓친 이후 경찰이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형사범 용의자에게 총을 쏘는 일이 부쩍 많아져 시민들이 불안해하던 참이다.

특히 엊그제 서울대병원에서 일어난 총기발사사건은 달아나던 차량절도 용의자를 잡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당시 상황을 볼 때 무리한 총기사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수칙대로 먼저 공포탄을 쏜 뒤 실탄을 쏘았고 달아나는 차량절도범이 수배된 흉악범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총기사용이 불가피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곳이 아닌 종합병원 구내에서 총을 쏘았다는 것이 문제다. 범인이 환자들을 인질로 잡거나 위해를 가하는 등의 긴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만약 총알이 빗나가 환자나 면회객이 맞았다면 어쩔뻔했는가.

충남 당진에서 절도범을 쏘아 숨지게 한 사건도 납득되지 않는 점이 많다. 혼자 출동한 경찰관이 4,5명의 절도 용의자들에게 자수를 권유했으나 불응하고 달아나 총을 쏘았다고 하는데, 상황이 꼭 총을 쏘아야 할 만큼 긴박했는지는 의문이다. 수칙에는 불가피한 경우 총을 쏘되 대퇴부 아래를 겨냥해 쏘아 생포하도록 돼 있는데도 절도범 중 한명이 가슴에 총알을 맞아 숨졌다. 수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사격 실력이 나빠 겨냥이 빗나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경우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의 무기사용은 범죄제압을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범죄가 날로 흉포해지고 범인이 경찰관을 흉기 등으로 위협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인 만큼 더욱 그렇다. 그러나 경찰관의 총기사용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총알이 빗나갈 경우 무고한 시민이 다치기 때문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1조에 총기사용 요건과 한계를 엄격히 정해놓고 경찰장비관리규칙에 총기사용 안전수칙을 따로 정해두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선 경찰관들이 이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국에서는 평소 총기사용훈련과 교육을 철저히 되풀이함으로써 총기사용에 따른 불상사를 막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찰은 그렇지 못하다. 일선경찰관들이 격무에 쫓겨 사격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지급된 권총 중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도 많다고 한다. 시민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찰관의 총기사용에 시민이 불안을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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