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부형권/『증언 「똑바로」 하시죠』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03분


재판에서 증인의 역할은 크다. 증언 한마디에 흰 것도 검게 될 수 있고 정의가 불의로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증인은 소중히 보호된다.

그런데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선정 비리사건의 증인인 S여행사 전사장 차모씨(54)는 검찰에서 ‘이상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한솔그룹으로부터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차장에 대한 공판이 열린 7월28일. 중앙수사부에서 느닷없이 핵심증인인 차씨를 공판 시작 전에 불렀다. “조사할 게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검사가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차씨는 주장한다.

법정에서 증언을 끝낸 차씨는 공판직후인 오후3시경 다시 검찰청으로 불려갔다. “검사가 ‘주의를 줬는데도 왜 똑바로 증언하지 않았느냐’며 질책하더니 오후8시가 넘어서 보내주었다”는게 차씨의 항변.

검찰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할 게 더 있어서 차씨를 잠시 불렀을 뿐 압력을 가할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행위가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7천만원’이 뇌물이다 아니다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차씨의 증언은 유무죄를 가름할 중요한 변수. 김씨는 “옛 동료였던 차씨에게 투자했다가 S여행사가 한솔그룹에 인수된 뒤 돌려받은 정당한 돈”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경영악화로 S여행사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상태에서 한솔측이 돌려준 투자원금 전액은 뇌물”이라고 판단해 기소했다.

범죄를 파헤치는데도 ‘적법절차’는 중요하다. 범죄 징벌이 목적이라해도 자유로운 증언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다면 그것 또한 ‘범죄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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