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화합과 전진’, 개회식의 공연 주제는 ‘벽을 넘어서’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벽을 넘어서 얼마나 화합과 전진을 이룩했는지 되돌아보면 왜 우리의 자화상이 불안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지 자명해진다. 성화가 꺼지자마자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잊은 채 지역의 벽을 높이고 계층의 벽을 두껍게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화려한 올림픽의 겉모습에 도취해 분수 모르고 거품에 들뜨지 않았는지도 깊이 자성해야 할 때다. 10년 전의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은 4천2백95달러였다. 지난해는 9천5백11달러로 두배를 넘긴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등록 대수는 거의 5배, 해외출국자는 6배가 넘게 늘었다. 원유 도입량 또한 4배나 늘었다는 통계다. IMF체제는 이 거품의 결과였다.
▼문제는 미래다. 서울올림픽 10주년을 맞아 과거만 되돌아본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세기말 속의 세계 각국은 21세기의 청사진을 만들고 그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위기 속에 표류하는 우리 현실과는 대조된다. 10년 전 성화가 타오를 때 느꼈던 긍지와 자신감을 되살려 현실의 벽을 넘어 새 세기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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