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여성제작자 레지나 지글러는 세계 각 국의 감독들에게 연출을 맡겨 30분짜리 단편들을 모은 에로틱 영화선집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제작된 이 시리즈의 에피소드는 모두 12편. 그가운데 4편이 이번에 개봉되는 ‘에로틱 테일즈’에 포함됐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야한 장면들이 많지만 ‘야한 영화’만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지는 마시라. 그보다는 성적 욕망과 환상이 똑같은 30분안에 어떻게 서로 다르게 풀려나가는지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네 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여성감독 수잔 세이들먼의 ‘더치 마스터’. 미라 소비노가 메마른 일상에서 탈출해 중세의 관능적인 모험의 세계로 뛰어드는 귀여운 치과 위생사 역할을 맡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