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음주 열리는 올해 연고제는 딴판이 될 전망이다. 실업제(失業祭)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우울한 행사 일색이다. ‘한국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 ‘실업과 인권을 말한다’ ‘3천원짜리의 하루’ ‘예비실업자 위자료청구소송’ ‘청년실업대책수립 촉구를 위한 거리행진’ 등 이름부터 취업문제가 주요 이슈임을 드러낸다. 양교생들은 ‘I Want Job(나는 일하고 싶다)’이라고 쓴 배지도 단다고 한다.
▼취업문제는 비단 양교만의 고민이 아니다. 요즘 대학가에서 4학년은 ‘저주받은 학번’, ‘사(死)학년’으로 불린다. 참담한 자기비하에 부모들과 기성세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하다. 어느 TV에 방영된 한 기업의 인턴사원 원서접수창구는 비통하기까지 했다. 6개월짜리 월 50만원 보수에 응시자가 구름같이 몰렸다. “이런 기회나마 마련해준 기업측이 고맙기만 하다”는 한 여학생의 말이 서글프다.
▼내년 2월 졸업생의 경우 10명 중 1명꼴만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존 직장에서 쫓겨난 실직자문제도 심각하지만 청운의 꿈을 키워온 대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비극이다. 오는 26일 연고전이 끝난 뒤의 거리행진을 시작으로 대졸생 취업문제가 큰 시국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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