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마하티르의 정치위기

  • 입력 1998년 9월 22일 19시 12분


경제난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마하티르총리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위기에 빠졌다. 마하티르가 이달 초 안와르부총리를 해임한데 이어 20일 그를 구속하자 수만명의 군중이 반마하티르 시위에 나선 것이다.

시위군중은 마하티르 퇴진과 안와르 석방을 외쳤다. 안와르는 마하티르가 발탁한 신진세대의 기수였다. 정치적 부자관계라던 두 사람은 경제회생정책의 이견때문에 갈라섰다.

▼안와르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정실과 연고주의, 부패, 부유층의 사치에 있다고 보고 개혁기치를 내걸었다. 그는 부패척결과 긴축을 주장했다. 경제위기를 겪는 아시아국가들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공통적으로 내리는 처방이다. 미국 경제계는 말레이시아에 모처럼 말이 통하는 지도자가 등장했다며 반겼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안와르의 진단과 치유책에 반대했다.

▼마하티르는 반서구적 아시아주의자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81년 총리에 올라 ‘룩 이스트’(동방중시 정책)구호 아래 일본과 한국에 관료연수단과 유학생을 대거 파견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위기가 소로스같은 투기자본가와 IMF를 앞세운 미국의 이기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IMF측의 긴축 요구를 외면했으며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경제블록도 주장했다.

▼마하티르는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인간관계, 개인보다 공조직이 우위인 아시아적 가치를 미화했다. 아시아의 특수문화 위에 서구제도를 강요해선 안된다고 한 리콴유(李光耀)전싱가포르총리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94년 김대중(金大中)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은 “아시아에 서구 민주주의가 부적합하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리콴유를 비판했다. 마하티르의 아시아적 경제회생술이 효험을 거두고 정치위기도 극복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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