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남쪽 반도 콘월에 19세기 낭만주의풍 세트를 차려 촬영한 ‘십이야(十二夜)’는 영화라기보다 영국 전통의 연극적 향취가 물씬하다. 주인공은 일란성 쌍둥이인 바이올라와 세바스찬. 남장(男裝)을 한 여동생 바이올라와 오빠 세바스찬의 혼동이 갖가지 오해와 소동의 원인이다. 넌 감독은 특수효과에 기대어 한 명의 배우가 1인2역을 해내는 ‘영화적인 방법’대신 곧이곧대로 두 남녀배우를 기용해 연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다만 고전적이고도 현란한 수사(修辭)가 동원되는 대화 위주의 이 우아하고 경쾌한 희극이 속도빠른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얼마나 다가갈지는 의문. 26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