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할 코미디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만든 이들 형제 감독에게 적당한 교양을 갖춘 평범한 코미디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전작 ‘덤 앤 더머’와 ‘킹핀’에서도 지저분한 농담들을 선보였던 두 형제는 ‘메리에겐…’에서는 한술 더떠 황당할 정도로 적나라하고 점잖치 못한 웃음을 펼쳐놓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화장실에서 테드(벤 스틸러 분)의 신체 일부분이 바지 지퍼에 끼는 잔인한 첫 장면. 보통의 코미디 감독이라면 주인공이 당한 불행을 관객이 상상하도록 놔둔채 그걸 둘러싼 소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데서 그치겠지만 이들 감독의 악취미는 문제가 된 부위를 클로즈업 쇼트로 보여주는데까지 나아간다.
일상에서는 적잖게 오고가면서도 공론화하기를 꺼렸던, 점잖은 문명과 저속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가볍게 돌파해버린 때문일까. 성과 배설에 대한 외설적인 개그를 보란 듯이 스크린위에 올려놓은 이들 감독의 가치 전복에 미국의 관객들은 포복절도로 화답했다. 개봉 8주동안 이 영화가 벌어들인 돈은 제작비(2천5백만 달러)의 5배를 넘는 1억3천만 달러.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줄리아 로버츠를 제치고 뛰어난 코믹연기를 선보인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도 훌륭한 코미디 배우임을 보여준다. 건달 역을 맡은 맷 딜런,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처럼 중간중간에 노래로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가수 조나단 리치맨의 우스꽝스러운 2인조 밴드 등 조연들의 능청도 감칠 맛 난다. 영화가 끝났다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라. 출연진들이 주제가를 따라부르며 연기하는 코믹한 엔딩 장면은 덤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뮤직 비디오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