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개업의들의 모임인 ‘대한성형외과 개원의협의회’ 회보 9월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개 지방성형수술 후 갑자기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일으켜 의식을 잃었으며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3일∼1개월만에 숨졌다는 것이다.
회보는 “정확한 통계조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어림잡아도 이는 매우 높은 사망률”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성형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30, 40대 주부 등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한해 지방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은 7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밝혀진 사망자’ 수만으로도 시술환자 1천명 중 1명이 사망했다는 계산.
▼지방흡입술 피해사례〓40대의 한 여성은 배와 허벅지의 지방 제거 수술을 받던 중 출혈과다로 수혈을 했다. 이때 혈액이 한 곳에 모여 혹처럼 부어오르는 혈종(血腫)이 생겨 입원했으나 일주일 후 갑자기 호흡곤란과 함께 의식을 잃고 곧 사망.
30대의 여의사도 지방흡입술 시술 도중 숨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의사는 부분마취 뒤 허벅지 살을 빼는 수술 과정에서 항생제 피부반응이 정상으로 나타나 항생제주사를 맞았으나 갑자기 호흡곤란과 경련을 일으키다 의식을 잃었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지방주입술 피해사례〓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허벅지 안쪽 지방을 빼 이마에 주입하는 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잃어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일 후 사망. 부검 결과 심장에서 머리로 피를 뿜어 주는 경동맥과 뇌조직에서 지방조직이 다량 검출됐다.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이마 함몰부위 교정을 위해 지방주입수술을 한 후 왼쪽눈이 보이지 않아 종합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눈 안쪽 동맥이 막혀 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97년 12월∼98년 1월 성형외과전문의가 지방흡입술을 시행한 환자 3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계 반응〓서울대의대 성형외과 이윤호(李允浩)교수는 “지방주입술은 안전성이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그러나 지방흡입술의 경우 수술 중 지방이 핏줄을 타고 들어가 뇌나 폐의 혈관을 막아 뇌색전증 폐색전증을 일으켜 사망할 확률은 1만분의1∼1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 사망자의경우 정확한 부검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지방흡입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술 잘못 또는 뒤처리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심형보(沈炯甫)성형외과의원장은 “지방흡입술은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환자의 무리한 요구에 응해 한 번에 4ℓ 이상의 지방을 뽑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운동과 식사량 조절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지방흡입술을 받겠다면 숙련된 의사와 응급조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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