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독일에서는 헬무트 콜 총리의 16년 장기집권을 끝내게 될 지도 모르는 총선이 실시된다. 이로써 최근 독일에서 있었던 가장 실망스러운 선거운동도 끝나게 된다.
처음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만 해도 콜 총리의 시대는 끝나고 ‘독일의 블레어’로 불리는 사민당(SPD) 게르하르트 슈뢰더 후보의 시대가 도래할 것처럼 보였다. 선거운동 초기에는 대결의 초점이 주로 총리후보에 맞춰졌다. 슈뢰더가 좌우층 모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정책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정책대결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대결의 초점이 이민정책 세금정책 등 정책위주로 옮겨지자 콜 총리가 슈뢰더후보와의 지지격차를 2% 이내로 좁혔다.
콜의 가장 큰 약점은 낡은 이미지. 상당수의 독일인들은 정권교체가 어떤 정책변화를 가져올 지 잘 모르면서도 새로운 얼굴을 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독일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실업자는 전후 최고치인 4백만명으로 늘어났고 구 동독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에 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 총리는 비난의 화살을 슈뢰더 후보에게 향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콜은 사민당이 집권할 경우 독일에 낡은 형태의 사회주의가 부활하게 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독일국민의 반(反)이민 성향을 겨냥해 국수주의적 경향의 정책을 도입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각 정당이 공약의 실천보다는 집권을 위한 흥정을 벌이는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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