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 못미친 美 금리인하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15분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96년1월 이후 2년8개월만의 인하조치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세계경제위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미리 막겠다는 의도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인하폭이 당초 예상에 못미치는 소폭에 그쳐 세계금융위기를 예방하는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은 추가 금리인하 조치를 빠른 시일 안에 단행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금리를 높게 유지해 왔으나 지금은 오히려 성장둔화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그같은 위험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추가 금리인하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번과 같은 상징적인 금리인하로는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려울 것이며 세계적 디플레이션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증시 투자가와 경제전문가들은 금리 인하폭이 0.5%포인트는 되어야 내리막길의 미국 경제를 추스르고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압박을 덜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이같은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다른 선진국들의 동반 금리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금의 세계경제위기를 방치해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중대한 위협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의 강력한 경고 이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각국의 경제상황이 다르고 금리인하에 따른 손익이 엇갈려 선진7개국(G7)의 공동금리 인하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를 부추기기 위해서도 즉각 추가 금리인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 역시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경제위기에 처한 아시아 4국을 지원한다는 이른바 ‘미야자와 플랜’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세계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이같은 선진국들의 공동노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내달초 G7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 개도국들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촉구하기 위한 G22회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가 비록 기대에 못미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출촉진, 외환시장 안정의 호기다. 세계경기부양을 위한 선진국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경제회생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짓고 각종 규제철폐와 제도개선을 서둘러 외국인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호기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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