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사임하는 「백악관의 입」 매커리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15분


지난 3년반 동안 재치와 유머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훌륭히 보좌했던 ‘백악관의 입’ 마이클 매커리 대변인(43)이 3일 물러난다.

95년 국무부 대변인에서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 매커리는 화이트워터사건에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스캔들에 시달려온 클린턴대통령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인물.

그는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그리고 최대의 위기인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면서 클린턴을 대변했다.뛰어난 화술과 국무부 대변인을 하면서 획득한 해박한 외교지식 그리고 솔직한 태도와 순발력으로 트집잡기 좋아하는 기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매커리는 자신의 발언이 익명의 소식통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쓰레기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기도 했고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구역에 이중 주차했다”는 재치를 보여 기자들의 추궁을 피했다.

다음의 일화는 유명하다. 작년 4월1일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던 클린턴대통령이 브리핑룸에 들어와 ‘긴급뉴스’라며 매커리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고 전했다. 놀란 기자들이 전화기로 달려가자 매커리가 클린턴처럼 목발을 짚고 들어왔다. 그제서야 이날이 만우절임을 눈치챈 기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다는 경력 때문에 얼마든지 좋은 자리를 잡을 수도 있지만 매커리는 골프, 가족에 대한 봉사, 약간의 돈벌이, 그리고 워싱턴을 주제로 한 토론에 대한 보탬 등이 장래희망이라고 말했다. 후임은 조 록하트.

클린턴대통령은 “매커리는 백악관 대변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었다”며 사임을 아쉬워 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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