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태풍맞은 남부들녘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37분


지구촌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내년도 세계 식량사정이 심상치 않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세계 곡물생산량을 당초 지난해와 비슷한 19억1천만t으로 예상했으나 중국 양쯔강 유역의 물난리로 수천만t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쌀은 20%가 감소한 3억t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국제 교역량은 2천3백만t으로 만약 중국이 쌀수입에 나선다면 엄청난 쌀파동이 예상된다.

▼곡물자급률이 30%에도 못미치는 우리로서는 큰 걱정이다. 국제곡물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치밀한 수급안정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주곡인 쌀 수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 2년간 연속 풍년이 들어 당장 수급에는 차질이 없으나 올해 작황이 문제다. 국민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올 쌀수확량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수를 눈앞에 둔 남부지방 황금들녘을 태풍 예니가 강타했다. 침수면적만도 전체 재배면적의 4분의 1인 25만㏊에 이른다. 올여름의 기상이변과 물난리를 딛고 일어서 3년 연속 풍작을 기대했는데 뜻밖의 재앙이 농민들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조기에 물을 빼주고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최대 8%, 약 70만섬의 감수가 불가피하다고 하니 농민의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농림부가 벼일으켜 세우기 총력전에 나섰다.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군인 공무원 등 연인원 3백만명을 동원한다고 하지만 피해면적이 워낙 넓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더구나 3일 이내에 벼를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감수량이 커진다니 각급 학생과 사회단체 등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쉽다. 농림부만이 아닌 범정부차원의 인력동원이 있었으면 한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