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정외영/본받을만한 日 자전거문화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57분


일본인들의 삶의 모습은 언뜻 보아 한국과 비슷하다. 대도시에 빼곡이 들어찬 빌딩과 차량들, 바쁘게 오가는 낯설지 않는 인파 사이에 서있으면 외국에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한국에서 가끔 찾아오는 분들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살다보면 우리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우리도 배웠으면 하는 것이 서민들 사이에 일반화된 자전거문화다. 일본은 연간 1천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내국인이 보유한 자동차는 7천2백만대 정도로 ‘자동차왕국’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일본은 자동차왕국이지만 양복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샐러리맨, 그리고 자전거에 장바구니와 어린이를 태운 주부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다. 지하철역과 아파트에는 수십대에서 수백대의 자전거를 주차시킬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4만달러 이상인 이들이 왜 아직도 자전거타기를 계속하는 것일까.

자전거는 계속 달리지 않으면 서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일본 경제를 자전거에 비유하며 외적 환경이 변할 때마다 일본 경제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필자는 자전거타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의 앞날이 어둡지 않다고 느낀다. 이들의 검소하고 근면한 생활자세야말로 일본 경제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튼튼한 풀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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